신님
화풍난양 [和風暖陽] [신율 X 서휘영 오메가버스 세계관 기반] W. 유 한 프롤로그. 작은 조명만이 내부를 흐릿하게 비추고 있는 공간에서 휘영은 앞섬을 두 손으로 그러쥐고 쓰러지듯 이마를 긴 테이블 위에 댔다. 꾹 깨문 입술 사이로 작게 억눌린 신음들이 틈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그 동안 잘 억제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열이 달아올라 휘영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이었다. 주머니를 뒤져 약을 찾았지만 엎치고 덮쳐서 약병은 텅 비어 있었다. 진오가 일을 위해 나갔으니 아직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이르다는 판단에 멜빵을 끌어내릴 틈도 없이 그저 급하게 서툰 손길로 부푼 앞섬을 움켜잡아 만질 뿐이었다. 율은 얼굴에 튄 혈흔을 닦아내고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가 복면을 벗었다. 원래 입고 있었던..
봄 햇살이 찬란하다. 나도 네 인생에서 찬란한 순간이었을까. Pro. 말을 잃었다. 집 안은 침묵만이 존재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혼자 덩그러니 소파에 기대앉아 티비 속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뿐 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저들이 즐기는 평범한 일상에 울었다. 나를 떠나간 수 많은 존재들 중 가장 내 옆을 지킬 것만 같았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울다 보면 해가 질 때도 있었고, 다시 해가 떠오를 때도 있었다. 항상 누군가의 손길에 반짝거렸던 테이블 위엔 구겨진 맥주 캔들이 쌓여갔다. 곱게 개어진 수건은 더 이상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고, 다림질을 한 옷을 입어본 기억도 까마득했다. 하긴, 나에게 ‘까마득’ 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도 않았다. 나의 모든 것이 까마득하게 먼, 이제는 영영 잊을 수도, 영영 지울 수도 있..
N O I R 뜻. 1. 검은 2. 암흑의 너에게 내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고, 마침내 내 목숨을 바친다. 너의 눈길을 훔치고, 마음을 훔치고, 마침내 네 목숨을 훔친다. 왜 우리는 거짓말 속에서 사랑을 하게 된 걸까. prologe “너는…실수하는 거다....” 새벽의 얼음장 같은 공기 안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나이 든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앞에 나와있던 남자가 구두 굽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선 손에 쥔 권총을 만졌다. “실수라고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남자는 총구를 한 때 자신이 존경했던 자신의 우상에게 들이밀었다. 나이 들고 주름진 얼굴에 남은 건 없어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