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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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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사자

나의[깨비사자]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25. 23:47

나의.




핸드폰의 무성의한 기본 벨 소리가 울리자 신은 눈을 감은 채 전화를 받았다.

 

 

 [이사님, 왕여씨를 찾았습니다.

굳게 감겨있던 신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 그 안에 밤의 불빛을 반사시키는 눈동자가 보였다.



“…잡았어?”

 

 [그건 아직죄송합니다.]

 

빠득-

신이 이를 가는 소리가 텅 빈 사무실 안에 울렸다.

 

 

삼십 분 안에 내 방으로 데려와

 

 [예 알겠습니다.]

신은 책상 위 자신의 권총 옆에 놓인 여의 사진이 든 액자를 집어 들었다. 네가 환하게 웃는 걸 본 날이 까마득하네.

 

 

만약 놓치면.. 알지?”

 

 [.]

 

 

 

네 목이 잘리던가, 걔 발목이 잘리던가 할꺼야.”

김신은 목을 자르거나 발목을 자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할 사람이었다.

 

 

 […]

 

 

수고해.”

마지막까지 일정한 톤으로 신은 전화를 끊었다.

 

 

너를 잡지 못 할 리가 없었다. 넌 그저 내 나약한 애인일 뿐이니까.

 

 

 

!...”

따끔 하는 통증에 발을 내려다 보자 반짝거리는 유리조각들이 여의 발 아래에 널려있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신발도 챙겨 나오지 못한 게 실수였다면 실수였다. 끔찍한 너의 품이 떠올랐다. 차라리 이정도 고통인 게 나에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투성이, 멍투성이, 거기다가 맨발. 이런 모습으로 이 어두운 골목 밖을 나섰다간 사람들 눈에 띄기 십상이었다. 여는 아픈 발을 잡고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날이 추워도 이곳에서 하루를 버틸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 빌딩에서 꽤 멀리 도망쳤으니 김신이 나를 찾을 수 있을 확률은 적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도망쳐 나오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복도 끝 거울에 네 모습이 잠시 비췄다가 사라졌다는 것. 그게 걸려서 여는 안절부절 못했다. 거울에 비친 너는 양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벽에 기대서 나를 마치 손바닥 위에 가둬놓은 생쥐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란 여가 골목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개가..!....으읍!...”

뒤에서 누군가 손수건으로 여의 입을 틀어막았다. 여가 아둥바둥 공중으로 발길질을 하자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 차에서 남자 여럿이 우르르 내려 여를 차에 태웠다.

 

 

다행이 내 모가지는 무사하겠네 씨발.”

희미해지는 이성 속에서 여는 이 길이 너에게 가는 길이 아니기만을 빌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오직 너. 너 뿐이었다.

 

 

팔이 저릿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손을 움직이려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금속이 찰캉거리며 서로 충돌했다. 그제야 자신이 있는 곳을 안 여가 두려움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체도 하체도 다 여가 움직이려는 대로 움직이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아 오른 손을 본 여는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발견했다. 침대의 헤드보드와 연결된 그 수갑은 아무리 흔들어도 풀리지 않았다.

 

 

외출은, 재미있었어?”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얼어버린 여는 어깨에 닿는 손에 몸을 떨었다.

 

 

대답.”

 

 

꺼져.”

강한 척 하는 건 특기인가? 어차피 후에 내 아래에 깔려서 앙앙대며 더 해 달라고 애원할 거면서.

 

 

말이 심하네. 내가 외출까지 허락해 줬는데.”

신은 뒤에서 여를 끌어안고 여의 볼에 입을 맞췄다. 여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우악스럽게 힘으로 여의 머리를 붙잡았다.

 

 

허락? 그런 말이 나와?”

힘으로는 신을 이길 수가 없었다. 차이에 눌린 여는 상의 안을 파고 들어오는 신의 손도 막지 못했다.

 

 

내가 왜 널 그냥 나가게 둔걸까. 너도 날 봤잖아. ?”

신의 손이 여의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대답.”

여가 고통의 신음이라도 내뱉으려 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고 버티자. 신의 손이 순순히 멀어졌다. 서랍 열리는 소리가 고막을 긁더니 신이 약병을 흔들며 돌아왔다.

 

 

!... 싫어! 안 할거야! 싫어!”

그게 무슨 약인지 알아 챈 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포를 느낀 여가 손목에 감긴 수갑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손목을 부어 오르게 할 뿐이었다.

 

 

약 먹자 우리 아가.”

신이 여의 앞에서 멈춰서 웃었다. 수갑에서 벗어나려 발악을 하던 여의 눈물이 터졌다. 안돼. 싫어. 신은 입을 다문 여의 옆머리에 아까 책상에 있던 권총을 들이밀었다.

 

 

벌려.”

여는 무릎을 꿇고 불편한 손으로 싹싹 빌었다. 제발요. 신은 이럴수록 더 화가 나기만 했다. 이럴 거였으면 그 새끼에게 가려는 멍청한 행동 따위 애초에 하지 말았으면 될 것을 너는 항상 일을 크게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

 

 

신이 거울 쪽으로 총을 쏘자 유리 깨지는 소리가 천공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여가 귀를 틀어막고 몸을 웅크렸지만 신은 그런 여의 머리채를 잡았다.

 

 

두 번 말하게 하지마.”

그러게 내가 예전에 그 자식한테 가지 말라고 한 번 말했을 때 안 갔으면 우리가 지금 이 꼴이겠어? 여가 천천히 입을 벌리자 신은 약병에 있던 알약 두 개를 삼키게 했다.

 

 

 

여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이제 그 손길에 반항 할 수가 없었다.

 

 

너는 그냥 내 아래에서 울고, 느끼고, 평생 내 품에서 살면 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나의 왕여.






*트위터 @Cha_sa_님의 썰을 인용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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