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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신[깨비사자] 13~14 본문

깨비사자

神 신[깨비사자] 13~14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23. 22:31





 神 신



간신의 말에 자신의 정인을 죽인 왕.


900년 불멸의 삶 동안 자신을 죽인 주군만을 그리워한 무사.


 


그리고 신은 생각했다.


 



불멸의 삶을 끝내지 않겠다고.


 


죽은 자에게 심장이 뛴다는 표현은 걸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는 심장이 욱신거린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죽어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고 힘차게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13-




 

꼭 무사히 돌아오거라.”

왕이 신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그게 다였지만 안으로는 많은 말들을 전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다 알기에 신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조아리고 병사들 쪽으로 걸어갔다. 출정하는 병사들의 뒤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여의 뒤로 유유히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김신 그 자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증거이옵니다.”

여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신하가 들고 온 두루마리들을 펼쳤다. 저 자들을 믿지 않았다. 어린 왕이 이 넓은 궁궐 안에서 믿는 사람은 오로지 김신 뿐이었다.

 



[왕의 나이가 어려 정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나와 뜻을 맞추는 자가 있다면 나 김신은 기꺼이 왕의 옆에 은밀하게 숨어들어 환심을 살 수 있다]

 



“…김신의 승전을 시기하는 속 좁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겠지.”

여는 두루마리를 접었다.

 


아니옵니다. 이걸 보십시오 폐하.”

신하가 가까이 다가와 여가 접은 두루마리를 다시 펼쳐 아래에 찍힌 인장을 가르켰다.

 



이것은 분명 김신 장군의 인장이옵니다.”

金紳.

붉은 인주로 찍힌 그것은 네 이름이 맞긴 하였다. 여의 마음이 혼선을 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신하가 고이 접힌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여가 그것을 받아 펼쳤다.

 



종이를 잡은 여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그 안에는 신과 여가 단 둘이 했던 대화들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오늘은 어떤 공부를 했으며, 누굴 만났고 등 그런 소소한 대화까지 했던 날과 장소도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김신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다면 본격적으로 왕위를 찬탈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자 입니다. 폐하께서 먼저 그 역적을 처단하셔야 합니다.”


 

이건 분명 신과 둘만 한 이야기들이 맞다. 하지만 신이 정말 그랬을까.

 




모든 게 그 간신의 손에서 시작 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14-

 




돌아 본 자리에 네가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온 걸까. 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이 순간에도 나는 속도 없이 너를 다시 보니 좋았다.

 

 


뭘 들고 있는 거야?”

아차.

신은 손에 들고 있던 망각차를 내려 놓았다.

 



너 그걸 마시려고 한 거야?”

그만큼 나를 다시 만난 게 괴로웠던 거야? 나를 잊고 싶은 거야? 나를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거야? 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망각차를 자기 뒤로 숨기는 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었다.

 



죽은 자에게 심장이 뛴다는 표현은 걸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는 심장이 욱신거린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죽어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고 힘차게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여가 발을 돌렸다. 원래 계획했던 것처럼 이기적이지만 신이 날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신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면 심장이 많이 아플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디가.”

그 방법은 그 누구도 아닌 네가 가지고 있으니까.

 



도망가지마.”

나 정말 이기적이야 신아. 네가 이 말을 해줘서 끔찍하게 행복해.

 



 

나는 900년간....만을 그리워 하면서 살았어, 그게 원망이었는지 진짜 그리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아주 많이 생각은 했어! 그리고 아팠어. 너를 생각하면 심장이 막 아팠다고. 눈물 나고, 내가 싫어지고 그랬어. 그럼 이거 그냥 그리움이었다고 하면 안될까?”

 


 

 

너의 어깨가 조금씩 떨려오는 걸 보았다. 울고 있구나. 나처럼. 너도 울었구나. 그리워서. 다행이고 다행이어서 신은 여의 앞에 가서 섰다. 고개를 숙여버린 여의 얼굴은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말이 없어도 알아.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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