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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

神[신] 깨비사자 11~12 본문

깨비사자

神[신] 깨비사자 11~12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17. 00:12






간신의 말에 자신의 정인을 죽인 왕.

900년 불멸의 삶 동안 자신을 죽인 주군만을 그리워한 무사.


 


그리고 신은 생각했다.



 


불멸의 삶을 끝내지 않겠다고.






-11-


 

 

너는 꼭 나에게서 멀어지려고만 하시는구나.

너는 꼭 나에게서 잊히시려고만 하시는구나.

 

 

 

신은 계속해서 여의 방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가를 반복했다. 아무리 여를 생각하고 다시 곱씹어도 문을 열고 보이는 건 텅 비어버린 방 뿐이었다.

 


제발제발!”

이렇게 간절해 본 순간이 또 있었을까. 현관부터 여의 방문 앞 까지 신의 흘리고 지나간 흙이며 축축한 잔디들이 길을 이루고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여를 생각하던 신은 다시 방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머릿속이 하나도 정리가 되질 않아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정신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네가 있는 곳으로 나는 가야만 하는데.

 


문득 그 곳이 생각났다.

 


풍경이 잘그랑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문객을 맞았다. 은은한 차 향이 잔뜩 곤두서 있던 신의 신경을 조금이나마 누그러지게 했다. 너는 여기에도 없는 걸까. 신은 찻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여의 흔적을 찾았다. 불안은 확실로, 확실은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너를 겉으로만 보고 있었을 뿐 네 안의 어떤 것도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있었다.

 


신은 다시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눈에 사자가 망자들에게 준다는 망각차가 들어왔다.

 


저걸 마시면 차라리 네가 떠나버린 게 지워질까

신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달여진 차를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내 작은 이기심이었을까 너를 잊어서 내가 편안해지고만 싶었다.

 

 


-12-



여는 여전히 내리는 빗 속에 앉아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여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버젓이 같은 공간에 있는데 투명인간처럼 여겨진다는 것은 분명 외로울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마치 새끼오리가 병아리들과 함께 자랐다는 이유로 자신은 병아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김신을 잃고 그들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면서 여는 많은 밤을 눈물로 지세웠다.

 



김신이 보고싶어

김신을 불러줘

 



그럴수록 더 끔찍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신의 결정이 신을 죽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또 갈 곳을 잃었구나..

 


여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지금은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엔 그곳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익숙한 차 향과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풍경소리, 그리고……. 네가 그 곳에 있었다.

 


..?”

왜 너를 보니 속없이 또 좋기만 하는 걸까. 우리의 가혹한 운명은 갈수록 더 꼬여가기만 하는데 이 운명의 마지막 대서사에 행복이란 단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신아. 나도 이제 더는 모르겠구나. 그냥 너와 함께 지옥으로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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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1편 12편은 굉장히 짧습니다. 제가 구상해 둔 이야기의 흐름대로 이어가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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