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님
부디 돌아와요. 나의 첫사랑. 나의 김신 [깨비사자][전력:첫사랑] 본문
부디 돌아와요. 나의 첫사랑. 나의 김신
오랜만에 너와 나란히 앉아 취하던 밤이 생각났다. 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미 오래 전 내 곁에서 떠나버린 네가 그리웠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네 마지막 부탁 대로 그 아이의 기억을 지웠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확인 했다. 그 때에는 네가 원하는 것이었다면 뭐든 했었다. 질투를 느낄 틈이란 게 있었을까. 나는 그저 네가 마지막을 부탁하는 사람이 ‘나’ 라는 것에 기뻤다.
“고마웠다.”
내가 차를 따르고 있을 때 넌 그렇게 말했다. 천 년 가까이 살아온 우리에게 그리고 그 천 년의 삶을 마무리 하는 너에게 죽음이란 건, 이 차를 받아 마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이상하게 나는 담담했고 너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자주 싸우긴 했지만, 너랑도 정이라는 게 들긴 했나 봐.”
넌 행복해 보였다. 떠나는데도 슬픈 기색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난 네 사랑을 응원했다. 어차피 네가 날 봐주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고, 이 감정을 들켜서 너 가는 마지막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도 이로운 일이었다.
내가 찻잔을 건네자 넌 여느 망자들처럼 한 번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망각의 길을 선택했다.
“신들이 나에게 이런 배려를 해 줄 줄은 몰랐는데.”
신들의 배려. 오랜 삶은 살아온 너는 이게 신들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도, 후회도 없이 마셨던 걸까.
“내 삶이 불멸이었을 때, 나는 내 끝은 외롭겠구나 라고 생각했어.”
빈 잔을 만지던 네가 나를 바로 보았다. 하필 그 때 네가 웃어서 내 심장은 이 순간에도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외롭지 않네. 그래도 날 기억해 줄 누군가가 한 명은 있으니까.”
내 마음은 너의 말이 ‘나를 꼭 기억해줘.’ 라는 호소로 들려 더 이상 담담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 많은 걸 기억했어. 이제야 모든 걸 잊고 날 돌아 볼 수 있게 된 것 같네.”
나는 널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너의 기억 속에서 너는 항상 맨 뒷전이었을 게 상상되어 가슴이 아려왔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내가 울면 네가 조금이라도 마음 아플까 울지 않았다.
아무도 남지 않은 공간에서 난 네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집었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네 흔적을 지웠다. 이제 네가 이곳에 있었다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오로지 나만이 너를 기억하게…..
울면 정말 안 되는데 나는 결국 울고야 말았다. 서럽게 이토록 서럽게 울어본 건 처음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갑자기 네가 너무 그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우는 소리가 공간을 허허하게 울려도 나는 이제야 네가 떠난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가슴이 아프고, 네가 자꾸만 생각났다. 울음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나도 죽어버렸으면 싶었다.
결국 난….너에게 안녕하지 못했다.
부디 돌아와요. 내 첫사랑. 나의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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