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신님

필연 혹은 악연 [깨비사자] 본문

깨비사자

필연 혹은 악연 [깨비사자]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7. 1. 7. 22:48

필연 혹은 악연.

 

 







 

상장군 김신, 폐하를 뵙습니다.”

 



 

화려했던 추억은 지금의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너과 함께 한 모든 날들이 좋았어서 지금의 고통이 분노인지, 사랑인지 구분 할 수가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섞여 눈물이 흘렀다.

 

 



네가..”

목을 쥔 손에서 너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빠르게 울리는 그 두근두근한 박자는 지금 이 순간에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네가 나를 그렇게 했더라도 나는 너를 헤칠 수도, 아프게 할 수도 없었다.

 



주군이었어서가 아니라, 사랑이라서.

 


 

힘을 잃고 떨어지는 신의 손을 여가 붙잡았다.



 

나를 떠날 것이냐…”

여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져 흘렀다. 떠나지 말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의 손을 신이 뿌리쳤다.



 

제발 가지 말거라!... 김신제발..”

발걸음을 돌리려는 신을 여가 다시 막아 섰다. 이렇게 너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였고, 이제는 너를 너무 사랑해버렸는데.

 

 



그저 내 과거였지 않느냐! 내 실수였지 않느냐!...그러니 제발…”

 

 



모든 것이 실수였다고 해도, 죄가 사라지지는 못합니다.”

당신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싶은데,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신은 여에게서 등을 돌렸다. 푸른 불꽃과 함께 신은 사라졌다.

 




좋았던 기억들, 설레었던 순간들. 모든 게 무너지면서 여는 신이 떠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여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신은 문 앞에 그대로 주저 앉아 얼굴을 감쌌다.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당신의 과거까지 사랑하게 될 까봐 두렵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비가 내리고 여는 산 속 어두운 곳에 쓰러져 오는 비를 맞고 있었다.

 



거봐.. 너도 이렇게 슬퍼 할 거면서…”



 

김신에게 돌아가고 싶어. 따뜻한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좋고. 뜨거웠던 첫 날 밤, 어색했던 다음 날. 네가 해주던 모든 말들, 다정했던 키스.

 



 

이제 나는 김신이 만들어 주었던 모든 추억들을 함부로 그리워 할 수 없게 되었구나. 생각 할 수도 없게 되었구나. 너에게 갈 수도 없고 너에게서 멀어지고 싶지도 않구나.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신은 거실에 놓인 여의 모자를 발견했다. 저런 곳에 함부로 자기 물건을 놔 둘 사람이 아닌데 저기 있는 것은 너의 여지 일 수도. 나의 여지 일 지도 몰랐다. 문득 여가 이 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신은 본능적으로 현관을 향해 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당신께 가도 되는 것 입니까.



 

 

 

원망과, 고통. 복수심, 그리고 이 손의 떨림은 분명 너를 아프게 하기 위함인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마음은 추위 속에 있을 너를 걱정하기만 했다. 결심이 서고, 신은 생각했다.

 






당신이 누구던, 누구였던 이제 상관없어.

 




 

“…집에 가자..”

 


신은 결국 여를 찾았다. 오는 비를 모조리 맞고 서 있는 저 멍청이를 보니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 집에 가도 되는 거야?”


울며 말하는 모습에 신은 가슴이 미어졌다. 손을 뻗었지만 여는 그 손을 바라보기만 할 뿐 잡지 않았다.

 

 

 

차라리 나를 죽여줘.”

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 대한 모든 걸 망설이고 있잖아.

 

 

네 옆에서 눈치를 보며 사느니 차라리 내가 사라져 버리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사랑하게 된 것이 내 죄라면 나는 그것까지 받을 수 있어.”



신이 망설이는 여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비에 온기가 식은 그 손을 잡았다.

나를 죽인 손.


또 나를 살고 싶게 한 손.

 

 

 

 

우리는 필연일까.

 

 

아님, 하늘이 내리는 또 다른 이름의 벌일까.


'깨비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몽[깨비사자]  (0) 2017.01.10
흉통[깨비사자][역키잡]  (1) 2017.01.08
夢幻[몽환] 깨비사자  (0) 2016.12.31
트위터 썰 백업  (0) 2016.12.29
NOIR [합작 예고]  (0) 2016.12.2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