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님
흉통[깨비사자][역키잡] 본문
흉통.
“여행 갈 동안에만 애 좀 봐줘. 응? 누나 신혼여행인데 애 데리고 가는 건 좀 힘들잖아. 해 줄 거지? 응?”
“그러니까 누나는 왜 사고부터 쳐 가지고!!”
올해로 5살이 된 조카 김신은 샛노란 유치원 원복을 입고 내 머리 위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는 중이었다. 하아… 속도위반으로 혼인신고서 도장부터 찍으신 우리 누나는 참 대책 없는 사람이었다. 덜컥 ‘나 취직할거야’ 하고 집을 나가더니 ‘나 임신했어 애 낳을 거야’ 하고 모두를 경악시켰다. (엄마는 그날 부처님을 보았다고 한다)
“집도 바로 옆집인데 이럴 때 동생 써먹지 응?”
출국 3시간 전에 나한테 그렇게 말하러 오는 건 나를 배려할 마음은 1도 없었다는 거지?
……
“가버려!”
“내 동생 고마워!!”
결국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현관을 나서는 누나의 아들을 약 일주일 간 키우게 되었다.
“삼촌아, 나 배고파요.”
조카야 우리 잘 지낼 수 있겠지?
친구들은 일주일이 무슨 대수냐, 그 정도는 껌이지, 갓난애기도 아니고 5살이라며. 등등 의 시원 찮은 말들을 하지만 자꾸만 심장 떨리게 하는 조온나 잘생긴 5살 꼬맹이랑 한 집에 있는 건 좀 위험했다. 벽에 머리를 몇 번이나 처 박으며 ‘시발 왕여 니가 변태냐? 변태야?’ 하고 자책을 해봐도 망할 내 조카님은 심장 터지게 귀여웠다.
“아!”
아 시발! 나는 발가락을 부여잡고 거실을 콩콩 뛰었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만화영화를 보고 있던 신이 우다다 달려와 내 발을 붙잡았다.
“삼촌아 아파요?”
그러면서 호오- 호오- 하고 불어주더니 왜 제가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제발. 내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르는 걸 보더니 신은 소파 위로 깡총 뛰어 올라 내 볼에 자기 손을 가져다 댔다.
“삼촌아 볼 뜨거워요.”
으아아 왕여야 니가 게이 인생 25년이라도 이건 아니지 않니! 고작 5살 꼬맹이한테 설레다니.
“어어, 삼촌 괜찮아.”
애써 펑 하고 터져버린 심장을 다독여 보는데 신이 ‘삼촌이가 괜찮으면 다행이야.’ 하고 씩 웃은 뒤 소파에서 다시 폴짝 내려가는 순간 나는 발가락의 통증보다 흉통을 더 크게 느꼈다.
“삼초온… 자요?”
막 잠에 들려고 침대에 눕자마자 신이 강아지 인형을 꼭 끌어안고 방문을 열었다.
“아니, 아직 안자는데 왜 그래?”
총총 걸어온 신은 무서운 꿈이라도 꾸었는지 내 품으로 안겨 들었다. 그 말랑말랑한 느낌에 나는 신을 안아 등을 토닥였다.
“꿈 꿨어?”
내 말에 신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이내 우는 듯 코를 훌쩍였다. 놀란 내가 신을 떼어놓고 확인하려 하자 신은 내 목을 더 꼭 끌어 안았다.
“너 울어?”
“아니, 아, 안 울어!”
남자는 우, 우는 거 아니랬어!
왠…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나는 그래 우리 신이 남자다. 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 쓰담쓰담 해주는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 해 주는 거랬는데..”
훌쩍이던 신이 눈을 부비적 거리면서 닦더니 나를 올려다 보았다.
“삼촌 신이 좋아해요?”
순수한 질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말을 조금 더듬기는 했지만 대답 할 수 있었다.
“조, 좋아하지.”
그럼요 삼촌…
눈가가 촉촉한 아이가 내 입술에 제 조그만 입을 가져다 댔다.
“좋아하면 이런 것도 하는 거랬어요.”
결국 이건 내가 신을 13년이나 키우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삼촌! 일어나!”
“잘래….”
침대에 걸터앉은 신의 다리에 얼굴을 기대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신은 한숨을 쉬더니 나를 이불째 들어올려 방을 나갔다.
“야! 김신!”
얼결에 이불에 돌돌 말린 채 식탁에 앉게 된 내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자 신이 내 입에 하루야채 빨대를 물렸다.
“삼촌 저 오늘 야자 하니까 좀 늦어요”
내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해 주던 신은 아침 해 놨으니까 먹으시고. 라고 말하고는 현관으로 나갔다. 괜히 또 심장이 두근거려서 신의 손이 닿았던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데 신이 다시 들어왔다.
“왜?”
“놓고 간 거 있어서요.”
뭔데? 좋아하면 하는 거요.
“저 갈게요.”
신의 입술이 닿았던 곳부터 빠르게 열이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너는 여전한 내 흉통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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