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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

夢幻[몽환] 깨비사자 본문

깨비사자

夢幻[몽환] 깨비사자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31. 21:33

夢幻몽환


꿈 몽. 헛보일 환.





①(꿈과 환상이라는 뜻으로)허황(虛荒)한 생각을 뜻하는 말  









기차는 사정없이 빠르게 달리고 너는 그 앞에 파편이 되어 부서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의 낙엽처럼, 밟혀버린 마른 낙엽처럼 너라는 존재는 빛을 잃고 사라졌다.




차라리 이 모든 게 다 몽환의 일부였으면.





-----------------------------------------------






[신아 너 여랑 무슨 일 있었냐?]


새벽 3시.
아직도 네가 집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싶은 걱정에 잠이 달아났다.




"...어딘데"




[야 지금 부산이다 부산! 니랑 같이 산다고 서울까지 너 따라서 올라간 애가 지금 부산까지 내려와서 나랑 술 푸고 있다!]




하...
신은 한숨과 함께 외투를 집어 들었다. 내 의미 없는 약혼이 우리의 연애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 했어도 너는 여전히 방황했다.



"지금 갈게"



기차를 타야하나 하다가 표 끊고 뭐하기 귀찮아서 그냥 차를 선택했다. 기차보다는 느리겠지만 어차피 너는 날 기다릴 거니까.




'너 나 책임 질거야?'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때는 우리 정말 어렸었다. 나이만 성인이었지 서로의 환경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사랑만 쫒아다녔으니 정신머리는 아직 철 없는 어린아이였다.




'너가 죽지 않는 한'




무심코 반해서, 무심코 너와 지낸 밤에 나는 너와 약속했다.
책임의 의미를 잘 몰랐던 걸까.




'나 책임 진다며! 니가 그 여자랑 약혼하고, 결혼하고. 그럼 나는 뭐가 돼'




'말 했잖아, 우리 어머니 짓이라고. 내가 집 마련해 줄테니까 거기 있어. 자주 찾아갈게 응?'




너는 우울증, 분노조절등 각종 정신병과 공생하던 불쌍한 고아였고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한 기업 대표이사의 아들이었다. 매일 아침 넥타이는 너가 묶어주었는데 그 날은 내 손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몇 시간을 달려 짠내음 가득한 바닷가 포장마차에 도착했는데 너는 없었다. 대신 초조한 얼굴로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친구놈이 있었다.




"여는?"




"왜 이렇게 늦었나! 나 방금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애가 사라졌다."




발을 동동 구르던 놈은 내가 사줬던 여의 코트를 안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잠드는 버릇을 알기에 얌전히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없으니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포창마차 천막을 들추고 밖을 살펴도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너의 우울증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부둣가 주변을 따라서 달려도 너는 없었다. 높은 파도가 치는 방파제가 보였고 나쁜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해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와중에 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디서 들은 건데 사랑을 잃은 한 여자가 기차에 뛰어들어 죽었데. 근데 그 여자의 사랑을 빼앗었던 남자가 모든 걸 다 보고 있었나봐. 그 남자는 그 순간 부터 여자를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어, 죄책감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사랑일까? 나는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해. 여자는 다시 사랑받게 되었잖아. 그럼 여자는 행복할 거야.'



"씨발..."



설마.
설마.
왜 너는 꼭 그런 말을 해서...

차를 돌려 근처 기찻길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서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는 덤불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여야!"





안개가 자욱하게 낀 철로는 차가운 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핸드폰의 미약한 불빛을 빌려서 앞을 비추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 해는 천천히 떠올랐고 그와 함께 안개가 조금씩 걷혀갔다.





"김신."




네 목소리에 발을 돌린 나는 어쩌면 그 자리에 서 있는 너 보다 더 겁에 질렸다.




"내려와... 위험하게 왜 거기있어..."




나와는 열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아침 이슬이 묻어있는 선로 위에 서 있었다.



"여야 집에 가자 응?"



손을 뻗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선로가 조금 떨렸다.




"기차가 오고 있어."

진동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 본 너는 다시 나를 보고 웃었다.




"내려 오라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한 내가 화난 목소리로 외쳐도 너는 그 위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신아. 너는 결국 나를 책임지지 못할거야."
나는 한발짝 더 다가갔다.


"나는 또 버려지고 혼자가 되겠지."


너는 춥지도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떨지도 않고 있었다.

"이기적이게도 네 사랑은 가져가고 싶어."




네 마음 속에도 나를 낙인으로 남겨 놓고 싶어.

아픈 사랑은 오래도록 기억된다잖아.






멀리서 기차의 밝은 불이 보였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내 사랑 살아서 줄게, 죽지 않고 우리 살자. 응? 제발!"
너를 향해 가는 내 발이 빨라졌다. 너를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에서 맴돌었다. 네가 날 기다릴 거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였나 보다.






"거봐, 너도 드디어 나를 사랑하게 됬네."




그 말에 내 발이 멈칫 한 순간. 기차는 소용돌이 치는 바람과 함께 내 눈 앞을 스쳐 지나갔고 반대편 숲이 다시 보인 순간 너는 더 이상 없었다.





"여야....?"
신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니야.. 아니야... 안돼... 이럴 수는...
"이러면 나는...."




울컥하고 넘어오는 울분이 말문을 틀어막아서 내 자신의 무지함과 늦은 결단과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댓가에 대한 한탄을 쏟아내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드는 어지러움에 마찰로 인해 뜨거워진 선로 위에 쓰러졌다. 호흡이 빨라지고 너를 잃은 그 생경한 느낌과 앞으로 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안돼....여야!..."
신은  그 허황된 공간을 어린아이 같은 울음소리로 가득 채웠다.







거봐, 너도 드디어 나를 사랑해게 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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