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님
밤끝[깨비사자] *19 본문
밤끝
“오늘 끝나고 뭐하세요?”
“네?”
내가 잔을 닦던 손을 멈추고 앞에 앉아 있던 손님을 쳐다 보았다. 저요?
“네 그쪽이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잔을 드는 얼굴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바에 오던 손님이었다. 게이 바의 특성상 이렇게 말 걸며 같이 놀자는 손님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럼 나는 직원 규정상 거절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일은 1시에 끝나고, 바로 집에 가세요?”
이 남자,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자리를 옮기려 하자 남자는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았다.
“집에 데려다 주는 것도 안되요?”
“네 안됩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혹시 우산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네 있어요.”
나는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 멀찍이 떨어졌다. 무심코 본 창 밖은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창문에 이쪽을 보는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그걸 느낀 내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남자가 잔을 잘그락거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들어가세요 점장님!”
나는 차를 몰고 앞을 지나가는 점장님의 차에 고개를 숙였다. 가게 셔터를 내리고 우산꽂이에 손을 뻗는데 내 우산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내 우산만이 아니라 주인 없이 있던 다른 우산들까지도 죄다 사라져 있었다.
설마…
그 남자가 죄다 우산을 훔쳐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였다면 굴할 내가 아니었다.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머리에 이고 달리려던 차에 갑자기 골목에서 차 한대가 튀어나왔다.
빵-빵-
시끄러운 클락셴 소리와 함께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타요! 우산도 없을 텐데.”
이건 좀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어리둥절 해 하고 있을 찰나에 천둥이 성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내가 몸을 움찔하면서도 차에 탈 생각을 하지 않자 남자가 한숨을 쉬며 차에서 내렸다.
“차에 타면 우산 줄게요.”
가게 차양 안까지 뛰어 온 남자의 말에 나는 제가 손님을 뭘 믿고요? 하고 대답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전 김신이라고 합니다.”
[명신그룹 전무:김신]
“이제 믿으시겠어요?”
내가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받은 명함을 잡고 계속 본인과 명함을 번갈아 보고 있으니 김신는 조금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우산이 동생 거라서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만 해서 가는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내가 김신의 차에 오르자 뒷 좌석에 가게에 있었던 우산인 듯 보이는 우산들이 다양하게 널려있었다.
“이걸 정말 손님이 다 가져가신 거예요?”
내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자 김신은 조금 뿌듯한 듯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왜요?”
나에게 복수하려는 게 아니었다면…
“반해서요.”
차 안이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김신은 그 다음에도 매일 같이 가게에 들렸다. 와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나는 그가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스물 아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은 미국에 계신다는 것, 외동이고 애인을 사귄 적은 두 번 정도 있었다는 것, 좋은 술 모으는 게 취미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쓸데 없어 보이는 그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나는 점점 내가 자주 김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교육을 받을 때도 문득 김신의 생각이 들고, 잠들기 전에도, 밥 먹을 때도 생각이 났다. 심지어는 그가 원래 오던 시간에 일분이라도 늦는다 싶으면 종소리가 날 때마다 가게 문을 쳐다보는 습관까지 생겼다.
“오셨네요.”
오늘은 그가 늦지 않고 왔다. 순간 웃음이 나올 뻔 해서 나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네 오늘은 끝나고 뭐해요?”
내가 매일 그를 기다린다면 김신은 매일 나에게 오늘 끝나고 뭐해요? 라고 물었다. 그럼 나는 적당히 받아주며 ‘잘 건데요.’ ‘말씀 안 드릴 건데요.’ ‘몰라요 저도.’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그러기 싫어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할 일 없어요. 왜요? 놀아 주실래요?”
“왕여씨 원하신다면.”
“진짜 많이 모으셨네요.”
나는 지금 김신의 집에 들어와 있었다. 새벽 2시 가게가 문을 닫고 내가 뒷 정리를 다 끝내자 그 정도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에 갈 곳도 할 것도 없어서 온 곳이 김신의 집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모은 거라 양이 꽤 있죠.”
김신은 테이블 위에 간단한 안주를 차렸다. 밥은 이미 둘 다 먹었고, 배가 고픈 것도 아니라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게 우리의 의견이었다.
“저 남이 주는 술이랑 안주는 정말 오랜만인 거 알아요?”
마시기도 전에 취했나.. 나는 벌써부터 헤실거리며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이 주는 술이랑 안주 오늘 많이 먹어요.”
김신은 웃으며 내 잔에 벽에 걸려 있던 와인 중 하나를 열어 따랐다.
…….
“처음 봤을 때는… 완전 미친놈인줄 알았죠…”
일에 치여 오랜만에 마시는 술에 너무 급했는지 벌써부터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내 입은 이미 구제불능이 되어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요?”
“네! 김신씨가 우산을…우산을 다 훔쳤잖아요!”
내 술버릇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니가 나보다 형아 일 줄 알았지…”
말 놓기. 내가 턱에 손을 괴고 김신을 쳐다보니 그쪽에서 푸흡 하고 웃는 게 보였다. 웃어?너 웃어? 내가 우이씨 너 죽었어. 하고 주먹을 휘두르자 내 손목을 잡은 김신이 내 입에 안주를 밀어 넣었다.
“나 춤 출거야.”
춤 추기. 이건 정말 나도 미쳤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술만 마시면 그곳이 어디던 간에 막춤을 시전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신네 집 거실과 부엌을 헤집고 다니다가 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왕여씨 진짜…”
나를 못 말리겠지? 못 말리지! 내가 신이 나서 김신의 침대 위를 콩콩 뛰자 그는 불도 안 킨 어두운 방에서 잘 돌아다니시네요 하며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가오는 김신을 끌어 안아 그대로 침대 위로 넘어졌다. 굳어버린 신의 목을 끌어 안고 침대에 팔을 버티고 몸을 숙인 신의 허리에 내 다리를 감싸 안았다.
“좋아…”
지금 이 취한 기분이 좋다는 건지, 아니면 네가 좋다는 건지 나도 구분 할 수 없는 말이었는데 신는 용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내가 먼저 신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술을 찾았다. 그럼에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 그가 괘씸해서 내가 또 먼저 신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 그러자 신이 나를 밀어냈다.
“으잉?”
너 지금 나를 거절하는 거야? 그런거야?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잠깐만요… 왕여씨 저 좋아해요?”
처음에는 우산도 통째로 훔쳐가던 사람이 지금은 저 좋아하세요? 정말요? 라고 재차 물으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 이십대… 나 지금 입 심심한 거 안보여?”
내 칭얼거림에 김신은 하… 오늘은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하고 입으로는 순진한 멘트를 뱉더니 손은 내 옷 안을 슬금슬금 파고들고 있었다.
“흐으…”
입이 심심하다고 했더니 입을 막아주지는 않고 되려 민망한 소리들을 내게 만들었다. 취한 와중에도 내 입에서 나는 소리는 생경하게 들려서 손으로 막으려 하면 신이 내 손을 잡고 놔 주지 않았다.
천천히 내 옷을 벗겨내더니 내 목덜미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슴, 허리, 그리고 다시 내 바지와속옷을 한 번에 벗겨내곤 이미 잔뜩 흥분해있는 내 성기를 한 손에 그러쥐었다.
다행히 입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지만 나는 경험에 있어서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남의 손에
잡힌 내 성기는 벌써부터 프리컴을 질질 흘려가며 난리였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의
손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자 신이 다시금 내 입술을 찾아 부드럽게 안을 파고 들었다.
“하아…”
숨 쉬는 사이사이로 내 신음이 공기 틈으로 세어나갔다. 천천히 손을 놀리다가도 어느 순간 빠르게 흔들었다가, 다시 귀두 끝을 손 끝으로 문지르는 손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신이 하는 대로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내 손으로 만지던 것 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더 크고, 더 능숙한 손에 내가 악문 잇틈 사이로 신음을 뱉으며 첫 번째 사정을 하자 신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머리를 쓰다듬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른한 기분에 이것도 저것도 다 좋아서 나는 이불보를 움켜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아프면 말해요.”
이제 닥쳐올 단계를 예감한 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대로 젤을 바른 김신의 손이 내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절로 인상을 찡그리게 하는 이물감에 내가 몸을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나는 알지 못했지만 그 덕에 김신은 훨씬 삽입이 수월해졌다는 건 잠시 후에 알았다.
손가락 개수가 차츰 늘다가 세 개 정도 들어왔을까 싶은 순간에 김신의 손가락이 피스톤질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김, 신..”
이상하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얼굴까지 열이 확 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 곳에 손가락이 지날 때마다 내 신음이 커진다는 걸 안 김신이 그 쪽으로 힘을 주고 손가락을 찔렀다.
“하읏, 자, 잠깐, 으응!, 거, 기..”
내 성기가 다시 아까의 모습을 되찾아 배에 닿아 올 때쯤 김신은 손가락을 빼내고 자신의 성기를 내 안에 밀어 넣었다. 젤과 충분한 이완으로 부족했는지 김신이 안을 채워 들어오자 답답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신은 머리를 숙인 내 허리를 붙잡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열이 올라 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찔러오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안, 안되!, 거기!, 응!, 제발, 아윽, 흣..”
내가 손에 쥔 이불이 힘을 준 모양대로 구겨졌다. 밀려오는 사정감에 발가락을 오므리며 참아도 참아지는 게 아니었다. 결국 온갖 망언들을 내뱉으며 이불 위에 또 다시 사정했다. 힘이 풀린 내 몸을 받치고 있는 건 김신이었다. 한참 뒤에 힘껏 쳐 올리며 사정한 신은 땀에 젖은 내 앞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이, 이제 아니야!.”
내 몸 이곳 저곳에 자국을 남기던 신의 성기가 내 안에서 커지는 게 느껴졌다. 벌써 두 번이나 사정을 한 나로써는 몸의 피로가 말이 아니었다.
“한 번만요..네?”
그렇다고 저렇게 저돌적인 눈빛으로 물어오는 신을 매몰차게 거절 할 수도 없었다.
“흣, 하읏, 그만, 아윽, 신, 김신, 거기는!..”
금방 몰려오는 드라이 오르가즘에 몸을 덜덜 떨자 신이 내 성기를 붙잡고 사정을 끝까지 유도했다. 앞 뒤로 느껴지는 흥분에 내가 울기 시작한 건 그쯤 이었다.
사정의 여운으로 작게 경련을 일으키는 내 몸 위로 신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뜨거운 숨을 내 등에 뱉더니 등 줄기를 따라 혀로 쓸어 올렸다. 소름이 돋아서 몸을 떨자 신이 내 가슴으로 손을 옮겨 단단히 선 유두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하으…”
나오지도 않을 젖을 짜듯 한참을 누르고 비벼대더니 잠에 빠져들 것 같은 내 몸을 뒤집었다.
“이..이제 더 이상 못해.”
내가 황급히 신을 밀어내려 했지만 신의 행동이 더 빨랐다.
“할 수 있어요.. 마지막..네?”
그러고는 내 발목을 잡더니 제 어깨위로 올리고 힘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얜 어떻게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걸까 하면서도 내 입은 끊임 없이 적나라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요. 사랑해요. 등등 입으로는 다정하고 부드럽기 짝이 없는데 허리는 그렇지가 않았다. 미친듯이 쳐 올리는 신의 허리에 여는 비명 같은 신음을 쏟아냈다.
“좋아요?”
“아!,,,네가!!...그, 그만, 제발..!!”
조금만 더요. 그렇게 신이 몇 번을 더 쳐 올리자. 나는 손쓸 수 없이 다시 사정했다. 이젠 정액도 아닌 묽은 액체가 신의 배에 흩뿌려졌다.
“못됐어…김신..”
내가 눈물을 그렁그렁 안고 신을 올려다보자 신이 입술을 내 눈가에 쪽 소리 나게 찍었다.
“저 되게 못됐으니까 한 번만 더 하면 안되나요?”
“아,,김신 제발…!!”
내 애원이 오히려 독을 불렀는지 신은 거의 기절에 가까운 날 끌어 안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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