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님
김신에게 [깨비사자] 본문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와 함께 읽어주세요.
사랑은, 사람은, 그를 포함한 모든 것은 유효하지 않다고 하던 가.
너를 잃은 나에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는 없었다.
내 기억이 다 닳아 없어져 버렸을지라도, 이미 저편의 일이라 기억하려 하지 않는 다고 해도 나는 결국 그 오랜 기다림 속 너를 만나 이제야 이승을 그리워 하게 되었는데…
네 품에 안겨 울고 싶던 천 년 전 그 날도, 나에게 마지막 충심을 보이고 사라진 지금도 나는,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에게 달려가 안길 자격이 없어서.
네가 삶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할 때, 모든 게 부질 없을 일일 것을 알면서 왜 그리 마음을 쓰는 지 몰랐는데 지금은 내가 더 욕심쟁이가 되어 버려서 너와 함께 했던 그 짧은 재회의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삶을, 너와의 삶을.
없는 기억 속에서도 이상하게 너를 보면 눈물이 나오던 그 이유가 나는 네가 주었던 과거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사라진 기억이 아니라 잊혀진 기억이어서 인 것 같다.
한 줌의 재가, 한 가락 바람이 되어 사라지는 너를 차마 볼 수가 없어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모자를 눌러 썼다. 차가운 공기, 시린 바람. 이 모든 게 너인 듯, 아니면 네가 만든 것인 듯 나를 감싸고 흩어졌다.
신기를 부리던 것은 너였는데 지금 이 떨어지는 빗 방울들을 네가 미리 마치 준비해 둔 작은 그리움의 어떤 것 인 것 같아 그 빗물 속에 섞여 한참을 서 있었다.
내가 내린 어명은, 너를 항상 다치게 하고. 내가 한 모든 말들은, 너를 궁지로 몰아 넣었으며. 내 모든 행동들은, 아무것도 모르던 이기적이었던 나를 단 한 번도 행복하게 해 주지 않았다.
너는 울지 말거라.
힘든 이승을 , 혹은 모든 걸 잊고 살거라.
이 생의 다음에선 내가 너를 찾을 것이다.
나의 검.
나의 신.
김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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