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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

악몽[깨비사자] 본문

깨비사자

악몽[깨비사자]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7. 1. 10. 00:00

악몽













잠이 들었던 늦은 밤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여는 인터폰으로 문 밖의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애인.

 

깜짝 방문에 눈이 동그래진 여가 어쩐 일이야? 하고 묻자 신은 말없이 여를 쳐다보고만 있었다.반쯤 감겨 여를 내려다 보는 눈빛이 조금은 섬뜩하기 까지 했다.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현관 센서등이 탁 소리를 내며 꺼졌다.

 

어두운 정적이 싫었던 여가 손을 들어 불을 키는 순간 신의 억센 손이 여의 가는 목을 숨도 못 쉬게 움켜쥐었다.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막힌 숨구멍을 찾던 여는 켜진 센서등 아래에는 없었다.

 

 

목을 움켜쥔 힘으로 여를 부엌까지 끌고 온 신이 먼저 찾은 것은 벽에서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던 부엌칼이었다.

 

 

 

"...."

 

 

애타게 찾던 숨은 신이 칼을 가지러 가며 되찾을 수 있었지만 달빛을 받으며 칼을 들고 선 신의 모습을 본 여는 공포에 질려버렸다.

 

아까는 못 봤는데 체크무늬 셔츠 위에 주인 모를 핏자국들이 튀어있었다. 식은땀이 나고 눈으로 급하게 탈출구를 찾았지만 보이는 건 다가오는 신 뿐이었다.

 

 

믿을 수가 없게도 신은 지금의 저런 모습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미친 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애인이 이런 놈이라는 걸 믿고 싶지도 않았다.

 

 

"너 뭐하는거야!!"

애써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쳤지만 듣는 눈이 아니었다.대신 얼굴에도 몇 방울 튀어 있는 붉은 피들이 여의 눈에 들어왔다.

 

 

무서움이 온 신경을 지배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소름이 돋아서 여는 몸을 떨었다.

지금 피하지 않으면 위험 할 것 같은데 인간의 무력함을 증명하듯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신이 놓아준 자리에서 힘 풀린 다리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어..."

칼을 든 신이 뒤로 넘어진 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가 다정했다.

빛을 받은 눈동자가 미친자의 모습에서도 저 혼자 아무것도 모른다고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게...무슨말이야'

아무리 출입이 험악했어도 목소리와 눈빛이 다정했기 때문일까 아님 그래도 내 앞의 남자가 자신의 애인이라서 믿고 싶었던 걸까 여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안도를 느낀 자신을 발견했다.

 

 

신이 이럴 리 없다.

 

 

술을 마셨는지 가까이 오는 순간 진한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술을 마시고 주정부리다 혼자 다친걸 꺼야 그런 거야.

 

 

여의 망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직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여의 볼을 자국이 나도록 움켜쥐는 손에서 철 냄새가 났다.

비릿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신의 손에서 여의 볼로 옮겨 닿았다.

 

 

.

 

인간은 피 냄새를 맡지 못한다던데 이상하게 그런 냄새가 났다.

 

 

"어제...누구랑 있었어?"

신의 목소리가 고막 가까이에서 울려 퍼졌다.

 

 

이상했다.

 

 

술을 마셨다고 하기엔 또 잔뜩 취했다고 하기엔 목소리 톤도 일정하고 발음도 정확했다.

 

 

 

"...어제....계약 건으로 S사 이사님이랑 있었는데"

 

..그래..?

 

 

술을 마신 게 아니다.

 

 

여는 본능 적으로 신이 술을 마신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 도대체 이 핏자국들과 묻어나는 피들을 여는 본인의 상식 선에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두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데 그 사이를 신이 차고 들어왔다.

 

 

"그 새끼랑 뭐했는데"

이까지 갈며 말하는 게 뭔가 오해가 있었지 않나 싶었다.

 

 

"말했잖아 계약 건으...."

 

 

"똑바로 대답해, 팔에 칼자국 생기기 싫으면"

살짝 씩 닿는 칼날이 소름 끼치게 차가웠다.

 

 

그제야 이게 장난이 아닌걸 안 여의 머리가 다시 두려움으로 새 햐얗게 번졌다.

 

 

"..정말 계약 하ㄹ!!"

 

 

 

칼날이 순식간에 여의 피부를 찢고 지나갔다.

 

 

"난 너랑 잘 지내고 싶은데....너는 왜 나한테 거짓말만 해?"

이제 신의 눈에는 그저 증오와 집착뿐이 남아있지 않았다.

깊게 스치진 않았다.

 

 

여가 베인 팔을 붙잡고 고통으로 인한 눈물을 보였다.

눈물에도 신은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았다.

 

 

 

"나쁜놈아!!"

여의 외침에 신은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눈물이 고일 때마다 신의 얼굴이 흐리게 보였다가 눈물이 흐르면 다시 선명하게 나타났다.

 

 

 

".......괜찮아.. 어차피 이제 그 새끼는 없어, 우리 둘뿐이야."

 

….?

 

"....무슨 소리야....없다니? 누가? ...이사님이? .........."

 

 

차마 할 수 없는 말이 반쯤 벌린 여의 입안에서만 맴돌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내가 죽였어"

 

 

신이 그 허공에 떠돌던 말들을 잡아 대신 말했다.

 

 

"죽기 전까지 그 새끼는 너 걱정만 하다가 갔어, 그렇게 가버렸어, 나 참을 수가 없었어 그 새끼가 네 이야기를 하는데 그 좆만도 못한 새끼의 눈에 네가 담겨있는 걸 봤어, 너는 아니지? 그렇지?"

 

 

 

".....살인마"

여의 입에서 신음처럼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그걸 들은 신은 여의 눈에서 자신이 죽인 남자가 담긴 것을 보았다.

 

 

".......그 눈, 뭐야"

신이 칼을 던져버리고 주먹으로 여의 배를 가격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신은 복부를 움켜잡은 여를 발로 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진짜 여의 애인이 누군지 보여주겠다며 쓰러진 여의 머리채를 잡고 안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으으....."

오락가락 정신이 혼미한 상태의 여를 침대 위까지 끌고 온 신은 여의 옷을 벗겼다.

 

멍이 들것 같이 빨갛게 부어오른 구타의 흔적들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여를 빼앗길까 봐 신은 그게 두려웠다.

 

 

 

 

겨우 정신을 차린 여는 자신의 다리 사이로 내려간 신의 머리를 잡았다.

 

 

"하윽싫어…"

평소에도 펠라치오를 싫어했던 여는 공포와 흥분이 섞인 묘한 감각에서 허리를 뒤틀었다.

 

 

신의 입이 방안 가득 민망한 소리를 채우며 움직였다. 아무리 두려운 상황이라 해도 몸은 본능에 충실했다.

 

 

반쯤 커진 여의 물건을 입에서 꺼낸 신이 여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 타액을 묻혔다.

 

그 손가락은 여의 우려대로 여의 애널에 꾸물거리며 들어갔다.

 

 

 

"여야나 아무한테도 너 못 줘"

두 개..세 개 늘어난 손가락 만큼 여의 비명과 신의 정복감이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손가락이 빠지고 그 자리에 신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건을 삽입 할 때까지 여는 충격과 몸의 통증으로 반항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 사랑한다고 말해"

신은 협박에 버티고 있던 여의 물건을 손으로 틀어막고 여의 숨이 넘어갈 때까지 붙들고 있었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여가 "김신랑해…"를 여러 번 외치고 나서야 사정할 수 있었다.

 

 

삽입을 계속한 채 중기의 물건을 뒤에서 잡고 흔들던 신의 손목에 여가 매달렸다.

 

 

 

"제발..아으.......그마안...."

눈물이 뚝뚝 떨어져 두 번째로 사정을 유도하는 신의 손등에 떨어졌다.

신이 본 여의 눈에 그제야 망자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과의 섹스로 지친 눈만을 하고 있을 뿐 다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쳐버린 여의 눈이 느리게 깜빡이다 달칵 불 켜지는 소리에 감겼다.

 

 

 

 

 

 

 

 

……………………………………………

 

 

 

여의 눈이 부시시하게 떠졌다. 뭔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런데 지금 햇살로 인해 환해진 방안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열린 방문 너머로 보이는 부엌에도 어제 흘렸던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뒤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자 곤히 잠들어 있는 자신의 애인이 보였다.

 

 

어제의 일이 진짜였던 건지 꿈 이였던 건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은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움직임을 느낀 신이 눈을 뜨고 잔뜩 겁먹어 자신을 보는 여를 발견했다.

 

 

 

 

"왜 그래?'

 

 

 

, 꿈 이였구나.

 

 

 

 

그제야 안심한 여가 신의 품에 파고들었다.

 

 

"무서웠어"

토닥토닥.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는 신의 손이 따스했다.

 

 

"꿈꿨어?"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푸흐흐 웃으며 여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 도장을 찍었다.

 

 

"진짜 무서웠어"

 

"괜찮아..."

낮고 느리게 퍼지는 신의 음성이 여를 어제의 일에서 빠져 나오게 했다.

 

 

 

 

여의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키는 손과 다르게 신의 표정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이제 너는 나만 보게 할 거야, 아무도 못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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