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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신] 깨비사자 1~2 본문

깨비사자

神[신] 깨비사자 1~2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5. 19:45



 

 

 

간신의 말에 자신의 정인을 죽인 왕.

900년 불멸의 삶 동안 자신을 죽인 주군만을 그리워한 무사.







신아, 나는 네가 두렵다.”

 

 

 

 

 

-1-

 

눅눅해진 공기에 힘겹게 타오르던 촛불도 모조리 흰 미련을 남기며 꺼져갔다. 방 안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유리창을 시끄럽게 두드리는 세찬 빗 속 번개와 신의 몸 한 가운데를 관통한 검 뿐 이었다. 신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힘을 쓴 탓에 새파란 핏줄이 돋은 손등 위로 절망이 섞인 눈물이 떨어졌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900년간 신의 귀에 메아리처럼 들리는 낭만적이고도 끔찍한 저주와도 같은 말이었다. 신은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의 속죄의 인생을 사는 남자가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신이 내린 이 삶은 죄다 벌이었다. 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벌이라는 걸 알았지만 아직도 신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신 위의 신들을 원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신이시여…”

손으로 가린 틈 사이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데 입은 괴기하리만큼 웃고 있었다. 한참을 숨 넘어갈 듯 웃던 신은 결국 비탄의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운명 앞에 무릎을 꿇었다.

 

 

 

 

 

특별히 죽고 싶은 날에는 고통의 끝에서 같은 사람을 보았다. 왕여. 막 불멸의 시간을 얻었을 때에는 그대를 원망하고 자신을 믿지 못한 그대를 미워했었다. 하지만 이 억겁의 시간에서 그대를 점차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칼끝을 보인 왕을 완전히 용서하는 동시에 일상에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대의 마지막 말이 생각나면서 주군에 대한 원망을 그었다.

 

 



-2-

 

신은 하나씩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900년간을 찾아 헤매던 신부를 찾았다. 덕화에게도 그리고 저 시커먼 놈에게도 곧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말했다.

 

그 동안 저것과도 가까워질 만큼 가까워져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너 죽으면 이 집 나 가진다.”

방금 한 말 취소.

 

신은 마음대로 하라는 쿨한 말을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이 커다란 박스를 들고 방문을 열었다.

 

나중에 하면 안되는거야?”

 

빨리 해둬야 너가 나중에 딴소리 안할거 아냐

놈은 신의 방에 박스를 밀어 넣더니 또 다른 물건을 가지러 문을 나섰다. 신은 어이가 없음에 웃으면서도 저놈의 철두철미한 성격이 직업과 딱 어울린다는 의미 없는 생각을 했다. 가져온 상자에는 굉장히 오래 전 물건처럼 보이는 사진첩이 들어있었다. 놈이 나간 문을 힐끗 돌아본 신은 그걸 꺼내 첫 장을 펼쳤다.

 

 

! 너 왜 내 꺼 함부로 봐!”

또 물건이 잔뜩 든 상자를 들고 들어오던 놈이 굳어버린 신의 손에서 사진첩을 뺏어갔다. 순간 신의 눈빛이 변했다. 사진첩을 소중하게 들고 있던 놈의 손목을 낚아채 자신에게 집중하게 했다.

 

너 뭐하느..”

도깨비가 진지할 땐 얌전히 있는거야..”

신은 놈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겉으로만 신사적이지 사실 안은 터질듯하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과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절망적인 감정이 섞여있었다.

 

“....”

질문을 하려던 신은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말문이 막혔다.

 

난 과거의 기억이 없어.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가 않아.’

처음으로 같이 술을 마신 날 불그죽죽한 얼굴로 진실을 털어놓던 놈이었다.

 

신의 압력에 질린 건지 신과 벽의 사이에 끼어버린 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신의 몸에서 불꽃이 튀겼다. 자신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질책 그리고 허탈감 때문에 신은 상대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제가 주군을 알아보지 못한 겁니까…’

신이 눈물을 흘렸다. 떨어진 사진첩의 가장 첫 번째 사진은 김신이 무한의 시간동안 무수히도 그리워한 그 얼굴이 흑과 백의 그림자 놀이처럼 붙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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