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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님

神[신] 깨비사자 5~6 본문

깨비사자

神[신] 깨비사자 5~6

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 2016. 12. 6. 22:37






 


간신의 말에 자신의 정인을 죽인 왕.


900년 불멸의 삶 동안 자신을 죽인 주군만을 그리워한 무사.


 




 


신아, 나는 네가 두렵다.”




그리고 신은 생각했다.


                                     


 


 


불멸의 삶을 끝내지 않겠다고.








-5-


 

이게 너를 향한 설렘일까, 아닐까.

이게 너를 향한 집착일까, 아닐까.

 

 

신은 말라갔다. 뭘 잘 먹지 못했고 가끔 입에 뭔가 억지로 넣고 삼켜도 결국엔 구역질과 함께 휩쓸려 내려갔다. 그런 신을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 왕여. 지금은 오로지 김신만 아는 이름.

 

너 어디 아프냐?”

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는 여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금새 저 아무것도 모르는 눈동자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김신의 머릿속에선 혼란과 원망과 그리고 욕망이 뒤엉켜 있었다.

 

 

그 때와 같이 너를 내 아래에 두고 미친 듯이 범하고, 울도록 깔아뭉개고, 짧으면 너가 혼절을 할 때까지 길면 새벽동이 틀 때까지 너의 젖은 안과 떨리는 살결에 입술을 묻고, 같은 호흡으로 숨을 쉬고,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지치면 지칠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고 싶다는 것을 네가 알 수는 없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져서 그래?”

아니, 난 죽지 않아.

 

..”

비틀거리며 화장실 벽을 짚고 일어나는 신을 부축하던 여의 손이 신으로부터 차디찬 거절을 받았다. 신은 끝까지 여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그래서 여의 걱정과 당황이 뒤섞인 표정을 보지 못했다.

 

신은 나무 의자에 주저 앉아 양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꿈에서 현실에서 여의 얼굴을 볼 때마다 신은 과거에 얽매여 금단의 상상을 하는 자신에 대해 깊은 혐오를 느꼈다. 목구멍에서부터 신물이 넘어왔다. 그 쓰린 느낌에 신의 몸은 물을 찾았지만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느껴지는 문 밖의 인기척에 문 손잡이를 잡은 손을 가만 두었다.

 

“….도깨비

듣고 있다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넌 귀찮고 짜증나…”

넌 다름 없고 일관적이게 나에 대한 정의가 뚜렷한데 나는 이제 어떡하지.

 

아무래도 신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근데걱정돼..”

심장의 가장 무거운 추가 떨어졌다.

 

문 밖이 조용했다.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없었다. 참지 못한 신이 문을 열자 그 곳엔 여가 떠난 자리만이 여가 서 있던 곳 작은 온기만을 가지고 있었다.

 




-6-


 

누군가 신의 방문 앞에 깔끔하게 담긴 흰 죽을 놓아두었다. 덕화는 몇 일간 집에 오지 않았으니 이걸 놓아 둘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신은 건조한 입술을 벌려 겨우 딱 세 수저를 먹고 위의 거부반응에 억지로 더 먹지 않았다. 그래도 직접 만든 게 분명해 보이는데 다 비우지 않고 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화장실 변기에 쏟아 붇고 물을 내려버렸다.

 

나왔네?”

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 놓던 신의 뒤로 외출을 하려는 듯 옷을 갖춰 입은 여가 있었다. 신은 뒤를 돌아보다가 실수라도 한 듯 여의 시선을 피해 부엌 밖으로 나왔다.

 

“…너 요즘 나를 좀 피하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냐?”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신의 걸음을 멈추게 한 여의 말이었다. 신이 멈추자 여가 신에게 가까이 와 신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말을 좀 해 도깨비. 너 때문에 수도권 일주일 내내 장마야 불어난 물 때문에 나도 바빠졌다고.”

 

“…김신..”

 

?”

 

내 이름김신이라고.”

신은 스스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게 오랜만이었다. 잔뜩 잠긴 목소리에 중압감이 더해져 더 낮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근데?”

 

도깨비라고 부르지마.”

나는 원래 너에게 무사 김신 이었으니까. 도깨비 김신은 내가 아냐.

 

어이없는 표정으로 신을 올려다보는 여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이제야 할 일을 알았다. 해야 할 말과 그를 포함 한 모든 것을 알았다.

 

 

 

네가 왕여라는 걸 김신이 알아버렸으니까. 나의 900년의 삶이 헛수고가 된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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