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님
도깨비 정원.[깨비사자][단편] 본문
도깨비 정원.
“너를 놓칠까 봐, 너를 잃을까 봐…. 불안해 죽겠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못 놔.
도깨비 정원.
사람들은 이곳을 그렇게 불렀다. 정원의 주인이 이곳을 도깨비 정원이라고 칭한 적은 없지만 처음 정원을 민간인들에게도 공개했을 때 누군가 놓아 둔 도자기로 만들어진 작은 도깨비 조각을 정원 출입문 옆에 걸어둔 후로 그렇게 불렸다.
처음엔 그저 이름 없는 풀만 무성하던 잡초무덤이었는데 지금은 신의 손길로 인해 화려한 봄 꽃들이 만개했다.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정원을 구경하다가 엄마를 훨씬 앞질러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 들린모형 비행기가 하늘을 지그재그로 날았다. 그 비행기는 정원의 가장 안 쪽 자물쇠로 단단히 걸어 잠긴 철제 건물 앞까지 도착했다.
“꼬마야.”
아이가 비행기를 공중에 든 채 뒤를 돌아보았다. 찬란한 후광을 받은 신이 아이를 향해 다가왔다.
“여기는 오면 안되는 곳인데.”
미소를 지은 채 아이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의 시선에 섰다. 아이가 철제 건물과 신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를 부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이의 모습과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신은 주머니 속 금속을 짤랑거리며 건물에서 멀어져 갔다.
달도 뜨지 않는 밤이었다. 신은 손전등을 입에 물고 정원 출입문을 닫았다. 오늘의 개방은 끝. 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아까 아이가 달려온 길을 천천히 따라 걸었다. 다시 신의 눈앞에 굳게 잠긴 자물쇠가 보였지만 신은 그걸 해결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이 봄 노래로 가득 찬 공간이라면 이곳은 한 남자의 공포와 또 한 남자의 어긋난 사랑이 가득 찬 공간이었다.
“잘 있었어?”
신의 뒤로 문이 닫치고 안에 있던 남자가 신의 등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소리없는 비명과 공포가 가득했다.
“무서워?”
신은 아까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의 질끈 감은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울지마, 너 울면 내가 마음이 아프잖아.”
신에게 안긴 남자는 덜덜 떨면서 그저 신이 하는 대로 이끌려만 갔다. 남자의 벗겨진 상체와 얼굴에 붉게 남은 울혈과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 퍼렇게 멍이 들고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해..”
신의 마음 속엔 오늘도 여를 안전하게 지켰다는 생각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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